사내연애 들킨 날 팀장이 종이 한 장을 보여줬다
수요일 오전 10시, 작은 회의실.
팀장이 먼저 앉아 있었다. 앞에 A4 한 장이 뒤집혀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고 이미 알았다.
팀장이 문을 닫으라고 했다.
그리고 물었다.
“둘이 사귀죠?”
나는 3초 정도 고민했다.
아니라고 하면 이 사람은 그걸 확인할 방법이 있을까,
확인하고 나면 나는 거짓말한 사람이 되는데.
“네.”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부터 알았냐고 물었다.
회식 얘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3월 마감 다음 주 금요일에, 회의실 유리로 둘이 나가는 거 봤어요.”
회식보다 3주 전이었다.
우리가 규칙을 만들기도 전이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한 달 동안 한 그 모든 조심은
이미 본 사람 앞에서 한 연극이었다.
잔소리를 기다렸다.
회사 분위기, 팀워크, 나중에 헤어지면 어쩔 거냐 같은 거.
없었다.
팀장이 A4를 뒤집어서 내 앞으로 밀었다.
인사 규정 출력물이었다. 한 줄에 형광펜이 칠해져 있었다.
제37조. 동일 조직 내 교제 시 당사자는 지체 없이 인사팀에 신고한다.
미신고 사실이 확인될 경우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
나는 그 조항이 있는 줄도 몰랐다.
“이거 진짜 적용돼요?”라고 물었다.
팀장이 “작년에 한 건 있었어요”라고 했다.
결과를 물었더니 감봉 1개월이라고 했다. 두 사람 다.
내가 제일 먼저 한 생각은 우리 팀 사람 얼굴이었다.
신고하면 인사팀을 거쳐서 결국 다 알게 된다.
팀장이 말했다.
“나 못 본 걸로 할게요.”
그리고 조건을 하나 붙였다.
“3개월 줄게요. 그 안에 신고하든 정리하든 하세요.”
정리라는 게 헤어지라는 건지, 한 명이 팀을 옮기라는 건지 물었다.
팀장이 “그건 두 분이 정하는 거고요”라고 했다.
나오면서 왜 3개월이냐고 물었다.
팀장이 문 앞에서 잠깐 서 있다가 말했다.
“그 정도면 충분해요.”
충분하다는 게 뭘 하기에 충분한 건지는 안 말했다.
그날 저녁에 둘이 만나서 세 시간 얘기했다.
선택지가 세 개였다.
신고한다. 한 명이 팀을 옮긴다. 헤어진다.
세 번째는 20분 만에 지웠다.
남은 두 개로 두 시간 반을 썼는데 결론이 안 났다.
헤어지자는 말보다 팀을 옮기자는 말이 더 하기 어려웠다.
그게 좀 이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