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팀 사람이랑 사귀기로 했다
같은 팀 사람과 사귀기로 했다. 8명 팀이고, 옆옆자리다.
시작은 야근이었다.
3월 마감 때 둘만 남아서 새벽 2시까지 했고,
그 다음 주에 “고생했으니 밥 사겠다”가 세 번 반복됐다.
네 번째에 밥이 아니고 술이었고, 그날 정리가 됐다.
제일 먼저 정한 게 규칙이었다.
회사에서 절대 티 내지 않기.
사내 메신저로 사적인 말 안 하기.
퇴근 같이 안 하기. 엘리베이터도 따로.
점심 같이 안 먹기 — 이건 팀 전체로 먹을 때는 예외.
첫 주는 잘 지켰다. 오히려 좀 재밌었다.
회의 때 눈도 안 마주쳤다.
메신저는 업무 얘기만 했다. 존댓말로.
문제는 4월 팀 회식이었다.
고깃집 룸이었고, 좌석표를 막내가 짰다.
들어가서 보니까 내 옆이 그 사람이었다.
나는 그게 누가 알고 짠 건가 싶어서 하루 종일 신경 썼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진짜 우연이었다. 막내는 그냥 직급 순으로 짰다.
근데 우연이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문제였다.
1차 중간쯤에 그 사람 잔이 비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소주를 채웠다.
그것까지는 괜찮다. 회식이니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잔을 채우고 나서 병을 놓고, 그 사람 앞에 있던 물컵도 채웠다.
물컵을.
회식에서 남의 물컵을 채우는 사람은 없다.
테이블에 6명이 있었고 다 고기를 보고 있었다.
그 사람은 표정을 안 바꿨다. 잘했다.
나는 등에 땀이 났다.
아무도 못 본 것 같았다.
2차 안 가고 집에 갔다. 그날 둘이 한 시간 통화했다.
결론은 “아무도 못 봤다, 근데 조심하자”였다.
다음 주 화요일에 팀장이 사내 메신저로 나한테 말을 걸었다.
“내일 오전에 잠깐 볼까요.”
업무 얘기일 수도 있었다.
근데 팀장이 회의실을 잡은 게 아니라 “잠깐”이라고 썼다.
그날 밤에 잠이 안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