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끝나고 주선자한테 사과 문자가 왔다
친구가 소개해준 자리였다. 6월 토요일 오후, 연남동.
나쁘지 않았다. 얼굴도 괜찮고 말도 잘 통했다.
근데 계속 뭔가 겉돌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이상하게 많이 알았다.
내가 얘기 안 한 걸 알고 있었다.
내 전 직장, 내가 작년에 이사한 거, 내가 술 잘 못 먹는 거.
그리고 주선자 얘기를 세 번쯤 꺼냈다.
“OO이는 요즘 어때요?” 같은 걸 자연스럽게가 아니라 좀 급하게 물었다.
두 시간쯤 하고 나왔다. 애프터는 서로 안 물었다.
지하철에서 친구한테 카톡이 왔다.
“미안한데 내가 먼저 말했어야 했다.”
3분쯤 있다가 다음 줄이 왔다.
“걔 내 전여친이야.”
그 다음 줄이 더 길었다.
1년 반 사귀고 작년 가을에 헤어졌고,
올해 봄부터 다시 연락이 오는데 자기는 정리하고 싶고,
“괜찮은 사람 소개해주면 정리될 것 같아서” 나를 붙였다는 거였다.
나는 그 문자를 세 번 읽었다.
친구는 나를 사람으로 쓴 게 아니라 도구로 썼다.
본인도 그걸 알아서 사과한 거다.
화가 나서 답을 안 하고 있었는데 30분 뒤에 문자가 하나 더 왔다.
소개팅 상대였다.
“혹시 OO한테 제 얘기 들으셨어요?”
들었다고 했다.
그 사람이 보낸 다음 문자가 이랬다.
“저 그 사람이랑 사귄 적 없어요.”
그 다음에 캡처가 왔다.
친구가 그 사람한테 보낸 카톡이었다. 올해 5월 날짜.
내용은 사귀자는 거였다. 세 번 정도 반복돼 있었다.
그 사람은 다 거절했다.
그리고 6월에 “그럼 내 친구라도 만나볼래?”가 있었다.
그 사람이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오늘 나온 건 그 사람이 계속 연락하는 걸 끝내고 싶어서였어요.
나오면 그만할 것 같아서요. 이런 자리에 나오신 건 죄송해요.”
누가 거짓말하는 건지 나는 아직 모른다.
캡처는 조작할 수 있고, 친구 말도 앞뒤가 맞았다.
확실한 건 두 사람 다 나를 상대방한테 보내는 신호로 썼다는 거다.
한 명은 “나 정리했다”는 신호로,
한 명은 “나 관심 없다”는 신호로.
나는 둘 다 정리했다.
친구한테는 “네 사정은 알겠는데 나한테 미리 말했어야 했다”고 보냈다.
그 사람한테는 답 안 했다.
친구랑은 3개월 지난 지금도 연락 안 한다.
그 친구가 아직 왜 내가 이 정도로 화났는지 모르는 것 같다는 게
제일 손절할 이유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