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매일 연락하던 사람이 만나기 이틀 전 계정을 지웠다
인스타 릴스 댓글에서 시작했다.
고양이 영상에 내가 댓글을 달았고, 그 사람이 답글을 달았다.
그게 4월 12일이었다.
DM으로 넘어가는 데 이틀 걸렸다.
그 다음부터는 매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잘 때까지.
3주쯤 지나서 통화도 했다. 목소리도 좋았다.
직업은 프리랜서 디자이너라고 했다. 서울 마포 산다고 했다.
사진은 많이 봤다. 얼굴 나온 것도 있었다.
왜 안 만나냐고 물으면 “일 마감이 있어서”라고 했다.
5월 10일에 드디어 날짜를 잡았다. 5월 17일 토요일, 합정.
카페까지 정했다.
5월 15일 밤에 답이 없었다.
16일 아침에 프로필을 눌렀는데 “사용자를 찾을 수 없습니다”가 떴다.
DM 방도 없었다. 대화 내용째로 사라졌다.
번호는 없었다. 통화는 인스타 통화로 했으니까.
성도 몰랐다. 이름은 두 글자만 알았다.
한 달 동안 매일 연락한 사람에 대해 내가 가진 정보가 그게 다였다.
며칠 지나서 친구랑 술 먹다가 얘기했다.
다행히 캡처해둔 사진이 몇 장 있어서 보여줬다.
친구가 사진을 보고 3초쯤 있다가 폰을 내려놨다.
“얘 우리 회사 다녀.”
프리랜서가 아니었다. 마포도 아니었다.
그리고 친구가 한 문장 더 말했다.
“작년에 결혼했어. 애도 있는 걸로 알아.”
나는 웃었다. 웃을 상황이 아닌데 웃음이 나왔다.
친구가 “신고할래?” 물었고, 나는 뭘 신고하냐고 했다.
만난 적도 없고, 돈이 오간 것도 없고, 사귄 것도 아니다.
한 달 동안 매일 대화한 게 다다.
6월에 팔로우 요청이 하나 왔다.
아이디가 달랐다. 게시물은 3개였다.
그 3개 중 하나가 내가 4월에 댓글 달았던 그 고양이 영상이었다.
나는 수락 안 하고 캡처하고 차단했다.
8월에 또 왔다. 아이디가 또 달랐다.
이번엔 DM이 먼저 왔다.
“혹시 저 기억하세요?”
차단하고 신고했다.
그리고 그날 인스타 계정을 비공개로 바꿨다.
제일 무서운 건 그 사람이 나쁜 짓을 한 게 아니라는 거다.
돈을 요구한 적도 없고 사진을 요구한 적도 없다.
그냥 한 달 동안 매일 나랑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게 왜 무서운지 설명이 잘 안 된다.
너라면?
한 달 연락한 상대가 기혼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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