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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얘기 다 끝난 여친이 갑자기 1년만 미루자고 했다

익명 · 조회 12.8K · 5분 · 8월 27일 00:10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만났다. 만 7년 하고 4개월.

작년 겨울에 양가 인사 다 끝냈고, 예식장도 두 군데 답사했다.

내년 4월 셋째 주 토요일. 가계약까지 걸어놨다.

3월 말쯤이었다. 저녁 먹다가 갑자기 말했다.

“오빠, 우리 1년만 미루면 안 될까.”

숟가락을 들고 있었는데 내려놓는 것도 잊었다.

이유를 물었다. 회사가 지금 너무 바쁘다고 했다.

그건 이유가 아니었다. 7년 동안 바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며칠을 물었다. 계속 같은 대답이었다.

우리는 아이패드를 같이 썼다. 집에 두고 넷플릭스 보는 용도였다.

그 주 일요일에 그걸 켰는데 알림이 하나 떠 있었다.

채용 사이트였다. 지원한 포지션에 서류 통과가 떴다는 내용.

회사 이름 밑에 지역이 적혀 있었다. Toronto, ON.

나는 알림을 눌렀다. 눌러도 되는 건지 3분 정도 고민하고 눌렀다.

지원 내역이 있었다. 11건.

가장 오래된 게 8개월 전이었다.

결혼 날짜 잡기 전이었다.

그날 밤에 아이패드를 그대로 들고 갔다.

그 사람은 울지도 않았고 변명도 안 했다. 그냥 한참 있다가 말했다.

“오빠는 안 갈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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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말이 제일 화가 났다.

안 갈 거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물어본 적도 없으니까.

그렇게 말했더니 그 사람이 말했다.

“오빠 작년에 부산 발령 났을 때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 나?”

기억났다. 나는 “서울 아니면 못 산다”고 했었다.

그건 발령 얘기였고 결혼 얘기가 아니었는데,

그 사람은 그걸 8개월 동안 답으로 갖고 있었던 거다.

우리는 두 달 더 만났다. 결혼 얘기는 서로 안 꺼냈다.

6월에 그 사람이 최종 합격했다.

나는 축하한다고 했고, 진심이었고, 그리고 헤어졌다.

8월에 갔다. 공항에는 안 갔다.

지금 연락은 없다.

근데 요즘 후회되는 건 헤어진 게 아니다.

“왜 나한테 안 물어봤어”를 끝까지 못 물어본 거다.

물어봤으면 뭐가 달라졌을까 싶기도 하고,

물어봤어야 뭐라도 달라졌을 것 같기도 하다.

너라면?

결혼을 미루자는 이유가 이거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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