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H!
연애
연애

여자친구가 휴대폰을 뒤집어 놓기 시작했다

익명 · 조회 5.2K · 5분 · 8월 24일 11:00

3년 사귀었다. 싸움도 거의 없었다.

5월쯤부터였다.

카페에 앉으면 폰을 테이블에 화면 아래로 놓기 시작했다.

처음엔 신경 안 썼다. 나도 그렇게 놓을 때가 있으니까.

근데 그게 매번이 됐다.

화장실 갈 때도 폰을 들고 갔다. 잘 때도 뒤집어 놨다.

내가 옆에 앉으면 화면을 껐다.

그리고 연락이 줄었다.

원래 출근길에 하던 통화가 없어졌다.

주말 약속이 두 번 연속 바뀌었다. 이유는 “회사 일”이었다.

나는 3주 동안 혼자 시나리오를 다 썼다.

폰을 봐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한 번은 그 사람이 샤워하는 동안 폰을 들었다.

잠금 패턴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놨다.

그걸 열면 뭘 봐도 우리는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월 첫 주 토요일에 물었다.

“요즘 폰 왜 계속 뒤집어 놔?”

그 사람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나를 봤다.

그리고 좀 오래 아무 말도 안 했다.

나는 그 침묵에서 최악을 확신했다.

그 사람이 폰을 들어서 잠금을 풀고 내 앞에 놨다.

“봐.”

카톡 목록 제일 위에 있는 대화방 이름이 우리 엄마였다.

3월부터였다.

엄마가 그 사람한테 따로 연락하고 있었다.

처음엔 안부였고, 4월부터 만나기 시작했다.

나 모르게 네 번 만났다.

광고 영역

대화방을 위로 올렸다.

5월 중순에 엄마가 보낸 메시지가 있었다.

결혼 얘기였다. 그리고 집 얘기가 나왔다.

“우리 애가 모아놓은 건 얼마 안 되는데 네 쪽에서 어느 정도 해줄 수 있니”

그 밑에 액수가 적혀 있었다.

그 사람은 “생각해보겠습니다”라고만 답했다.

그리고 두 달 동안 나한테 한 마디도 안 했다.

왜 말 안 했냐고 물었다.

그 사람이 말했다.

“말하면 오빠가 엄마랑 싸울 거잖아. 그게 나 때문이면 내가 더 힘들어.”

폰을 뒤집어 놓은 건 나한테 숨기려고가 아니었다.

내가 그 방 이름을 보고 물어보는 게 싫었던 거다.

연락이 줄어든 건 엄마랑 만나고 온 날 목소리가 이상할 것 같아서였다.

주말 약속이 바뀐 게 그 네 번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엄마한테 전화했다.

그 사람이 팔을 잡았는데 그냥 했다.

그 통화는 좋게 안 끝났다.

엄마랑 두 달 정도 연락을 안 했다.

지금은 좀 정리됐다. 결혼 얘기는 아직 안 한다.

제일 미안한 건 3주 동안 그 사람을 의심한 게 아니다.

그 사람이 두 달 동안 그걸 혼자 들고 있었던 이유가 나라는 거다.

내가 3년 동안 엄마 얘기 나올 때마다 화를 냈으니까,

그 사람은 나한테 말하면 안 되는 거라고 배운 거다.

너라면?

휴대폰을 계속 뒤집어 놓는다면?

선택하면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광고 영역

비슷한 썰

다음 썰

같은 팀 사람이랑 사귀기로 했다

다음 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