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녀 집 현관에서 남자 운동화를 봤다
회사 친구가 자기 대학 동기라며 소개해줬다.
사진 보고 솔직히 좀 놀랐다. 내가 만날 수 있는 급이 아닌 것 같았다.
첫 만남은 성수동 파스타집이었다. 두 시간 예정이었는데 네 시간 있었다.
두 번째는 전시회, 세 번째는 그냥 동네에서 술.
세 번째 만남 끝나고 11시쯤이었는데 그 사람이 말했다.
“우리 집 여기서 5분인데, 와인 한 잔만 더 할래요?”
택시도 안 잡고 걸어갔다. 나는 그날 진짜 기분이 좋았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동안 나는 괜히 딴 데를 봤다.
문이 열리고 신발을 벗으려고 고개를 숙였다.
신발장 옆에 남자 운동화가 한 켤레 있었다.
나이키 흰색. 뒤축이 닳아 있었다. 뒤집혀 있던 사이즈 표시가 275.
나는 260을 신는다.
처음엔 남동생 거겠지 싶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물었다. “남동생 계세요?”
그 사람이 신발을 신발장에 밀어 넣으면서 말했다.
“아, 언니 남자친구 거예요. 자주 와서.”
그 말이 좀 이상했다. 언니랑 같이 산다는 얘기는 한 번도 안 했었다.
화장실에 갔다. 칫솔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전동, 하나는 그냥.
면도기가 있었다. 세면대 옆에 남성용 스킨이 있었다.
거실로 나오니 그 사람이 와인을 따르고 있었다.
그때 소파에 놓인 그 사람 폰이 울렸다.
화면이 위를 향해 있었다. 저장 안 된 번호였고, 미리보기가 한 줄 떴다.
“오늘 늦어. 먼저 자.”
나는 와인을 안 받고 물을 달라고 했다.
물을 반쯤 마시고 “내일 아침 회의가 있어서요” 하고 일어났다.
그 사람이 현관까지 따라 나와서 팔을 잡았다.
“오빠, 그거 정리하는 중이에요. 진짜예요.”
정리하는 중이라는 말은 아직 안 했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럼 정리되면 연락 주세요” 하고 나왔다.
엘리베이터에서 소개해준 친구한테 전화했다.
친구는 진짜 몰랐다고 했다. 놀란 목소리가 연기는 아니었다.
연락은 안 왔다.
6개월쯤 지나서 그 친구랑 술 먹다가 물어봤다.
친구가 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걔 아직 그 사람이랑 같이 살아. 청첩장 돌렸대.”
나는 그날 275 사이즈를 확인한 내가 좀 대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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