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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녀 집 현관에서 남자 운동화를 봤다

익명 · 조회 18.4K · 4분 · 8월 27일 03:34

회사 친구가 자기 대학 동기라며 소개해줬다.

사진 보고 솔직히 좀 놀랐다. 내가 만날 수 있는 급이 아닌 것 같았다.

첫 만남은 성수동 파스타집이었다. 두 시간 예정이었는데 네 시간 있었다.

두 번째는 전시회, 세 번째는 그냥 동네에서 술.

세 번째 만남 끝나고 11시쯤이었는데 그 사람이 말했다.

“우리 집 여기서 5분인데, 와인 한 잔만 더 할래요?”

택시도 안 잡고 걸어갔다. 나는 그날 진짜 기분이 좋았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동안 나는 괜히 딴 데를 봤다.

문이 열리고 신발을 벗으려고 고개를 숙였다.

신발장 옆에 남자 운동화가 한 켤레 있었다.

나이키 흰색. 뒤축이 닳아 있었다. 뒤집혀 있던 사이즈 표시가 275.

나는 260을 신는다.

처음엔 남동생 거겠지 싶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물었다. “남동생 계세요?”

그 사람이 신발을 신발장에 밀어 넣으면서 말했다.

“아, 언니 남자친구 거예요. 자주 와서.”

그 말이 좀 이상했다. 언니랑 같이 산다는 얘기는 한 번도 안 했었다.

화장실에 갔다. 칫솔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전동, 하나는 그냥.

면도기가 있었다. 세면대 옆에 남성용 스킨이 있었다.

거실로 나오니 그 사람이 와인을 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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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소파에 놓인 그 사람 폰이 울렸다.

화면이 위를 향해 있었다. 저장 안 된 번호였고, 미리보기가 한 줄 떴다.

“오늘 늦어. 먼저 자.”

나는 와인을 안 받고 물을 달라고 했다.

물을 반쯤 마시고 “내일 아침 회의가 있어서요” 하고 일어났다.

그 사람이 현관까지 따라 나와서 팔을 잡았다.

“오빠, 그거 정리하는 중이에요. 진짜예요.”

정리하는 중이라는 말은 아직 안 했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럼 정리되면 연락 주세요” 하고 나왔다.

엘리베이터에서 소개해준 친구한테 전화했다.

친구는 진짜 몰랐다고 했다. 놀란 목소리가 연기는 아니었다.

연락은 안 왔다.

6개월쯤 지나서 그 친구랑 술 먹다가 물어봤다.

친구가 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걔 아직 그 사람이랑 같이 살아. 청첩장 돌렸대.”

나는 그날 275 사이즈를 확인한 내가 좀 대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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