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 계약 하루 전 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결혼식이 10월이었고, 6월에 신혼집을 정했다.
경기도 쪽 전세, 3억 2천. 우리 둘이 1억 4천 모았고 나머지는 대출.
은행 상담도 다 끝났고 6월 20일 금요일에 계약하기로 했다.
19일 목요일 오후 4시쯤 은행 담당자한테 전화가 왔다.
“신랑분 기존 대출 때문에 한도가 조금 조정될 것 같아서요.”
나는 “기존 대출이요?” 하고 물었다.
담당자가 잠깐 조용했다.
그러고는 “아, 두 분이 같이 알고 계신 걸로 알았는데요” 라고 했다.
그 사람한테 바로 전화했다. 안 받았다.
7시에 집에 왔다. 나는 현관에서 물었다.
그 사람이 신발도 안 벗고 그 자리에 서서 말했다.
“얼마라고 하던데?”
그게 첫 대답이었다. 미안하다도 아니고, 무슨 소리냐도 아니고,
얼마라고 하던데.
8,300만 원이었다.
신용대출 두 건, 카드론 한 건.
가장 오래된 게 3년 전이었다.
우리가 만난 게 4년 전이다.
용도를 물었다.
주식이라고 했다.
2022년에 들어갔다가 반토막 났고, 물타기 하다가 커졌다고 했다.
지금 남은 평가액이 2천만 원 정도라고 했다.
나는 화가 안 났다. 그게 나도 이상했다.
그냥 계속 이 생각만 났다.
이 사람은 3년 동안 매일 이걸 알고 나를 만났다.
청혼할 때도, 양가 인사 갈 때도, 예식장 계약할 때도.
제일 참기 어려웠던 건 그 사람이 한 말이었다.
“결혼하고 둘이 벌면 금방 갚아.”
나는 그날 친정에 가서 잤다.
그리고 이틀 뒤에 조건을 걸었다.
계약은 미룬다. 결혼식은 그대로 간다.
대출은 식 전까지 전액 정리한다. 내 돈은 안 들어간다.
정리 안 되면 식도 없다.
그 사람이 받아들였다.
4개월 뒤, 갚았다.
9월 말에 상환증명서를 보여줬다. 전액 0원.
나는 그날 진심으로 안심했다.
문제는 10월 초에 시어머니를 뵀을 때다.
식장 얘기 하다가 시어머니가 지나가듯이 말했다.
“내 적금 깬 거 너도 알지?”
몰랐다.
5천만 원이었다. 시어머니 노후자금 적금.
그 사람은 나머지 3천 3백만 원만 자기가 만들었다.
그리고 그걸 나한테 말 안 했다.
식은 2주 뒤다.
청첩장은 다 돌렸다. 식장은 잔금까지 냈다.
나는 지금 이걸 세 번째 거짓말로 세고 있다.
첫 번째는 대출, 두 번째는 3년, 세 번째는 어머니 돈.
세 번이면 몇 번을 더 세게 될지 대충 알 것 같은데,
그걸 알면서도 식장에 들어갈 것 같은 나도 무섭다.
너라면?
계약 하루 전 숨긴 대출을 알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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