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선배는 제가 왜 이 팀 온 줄 모르죠?”라고 했다
3월에 경력으로 들어온 후배가 있었다. 나보다 두 살 어리고 4년 차.
일은 잘했다. 근데 회의에서 유독 내 의견에만 동의했다.
처음엔 편했고, 두 달쯤 지나니까 좀 이상했다.
6월 팀 회식이 끝나고 같은 방향이라 택시를 같이 기다렸다.
잡히지 않아서 편의점 앞 파라솔에 앉아 맥주를 하나씩 깠다.
회사 욕을 좀 하다가 후배가 캔을 내려놓고 물었다.
“선배는 제가 왜 이 팀에 온 건지 모르죠?”
나는 그냥 “티오 났으니까 온 거 아냐?” 했다.
후배가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제가 이 팀 지원한 이유가 선배예요.”
그 다음 얘기가 좀 길었다.
후배가 전 회사에 있을 때, 협력사 자료를 받아본 게 있다고 했다.
우리 팀에서 나간 기술 검토서였고, 작성자란에 내 이름이 있었다.
그 문서가 자기 커리어 방향을 바꿨다고 했다.
면접 때 팀장한테도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 문서를 쓴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2년 전에 퇴사한 선배가 쓴 거였다.
선배가 퇴사 통보하고 인수인계 하던 3주 사이에 그 문서가 나갔고,
당시 팀장이 “퇴사자 이름으로 나가면 협력사가 불안해한다”고 해서
담당자란에 내 이름을 넣었다. 나는 검토만 했다. 두 페이지 고쳤다.
그 말을 할 타이밍이 계속 있었는데 못 했다.
맥주를 다 마시고 택시가 왔고, 나는 “고맙다”고만 했다.
다음 날 팀장이 나를 회의실로 불렀다.
나는 후배가 뭔가 말한 줄 알고 심장이 내려앉았다.
팀장이 문을 닫고 앉으면서 말했다.
“어제 걔랑 술 마셨다고? 무슨 얘기 했어?”
나는 그냥 회사 얘기 했다고 했다.
팀장이 잠깐 나를 보다가 말했다.
“걔 그 검토서 얘기 하지 않았어?”
팀장은 알고 있었다.
그 문서에 내 이름을 넣으라고 한 사람이 지금 팀장이었다.
당시엔 파트장이었다.
팀장이 말했다.
“걔한테 굳이 얘기할 필요 없어. 지금 와서 좋을 게 없잖아.”
나는 “네” 했다.
그리고 회의실에서 나오면서 처음으로 이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졌다.
지금 9월이다. 후배는 아직 내 옆자리에 앉아 있다.
가끔 그 문서 얘기를 꺼낸다. 나는 아직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
너라면?
후배가 팀장 친척인 걸 알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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