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는 날 팀장이 2년 동안 숨긴 걸 말했다
2년 3개월 다니고 퇴사했다.
그만둔 이유는 단순했다. 일이 안 왔다.
입사 첫해엔 안 그랬다.
그해 하반기에 내가 만든 검토 보고서 하나가 위로 올라갔다.
내용은 별거 아니었다. 진행 중인 사업 하나의 수익 추정이 과했다는 거.
숫자 세 개랑 근거 문서 링크가 다였다.
그거 쓰고 두 달 뒤부터 나는 조용해졌다.
TF에서 빠졌고, 신규 프로젝트 킥오프에 안 불렸다.
받는 일은 유지보수랑 데이터 정리였다.
1년쯤 그러니까 확신이 생겼다. 내가 못하는 거구나.
평가는 계속 B였다.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면담 때 물으면 팀장이 “지금은 기본기 다지는 시기야”라고 했다.
2년 넘으니까 그냥 지쳤다. 이직 준비해서 나갔다.
마지막 날 오후에 팀장이 커피를 사줬다.
1층 카페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팀장이 컵을 들고 물었다.
“너 첫해에 쓴 그 보고서 기억나?”
기억났다.
팀장이 말했다.
“그거 올라가서 그 사업 엎어졌어. 알고 있었어?”
몰랐다.
그 사업이 조용히 사라진 건 알았는데 이유는 몰랐다.
그 사업 주관이 당시 본부장이었다.
그 사람이 내 이름을 기억했다고 했다.
정확히는, 팀장한테 두 번 물었다고 했다.
“그거 쓴 애 누구야.”
팀장이 컵 뚜껑을 만지면서 말했다.
“두 번 다 다른 사람 이름 댔어.”
그리고 그 다음부터 나를 큰 프로젝트에서 뺐다.
본부장이 참여하는 자리에서 내 이름이 안 나오게.
TF도, 킥오프도, 임원 보고도.
팀장이 말했다.
“널 안 보이게 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팀장이 한 마디 더 했다.
“평가 B 준 것도 미안하다. A 주면 위에서 명단을 봐.”
그 말 듣고 나는 화가 나야 하는지 고마워해야 하는지 몰랐다.
지금도 모른다.
팀장은 나를 지켰지만, 그러면서 내 2년을 썼다.
그리고 그걸 2년 동안 나한테 말 안 했다.
말해줬으면 내가 다른 선택을 했을 텐데.
커피만 마시고 “감사했습니다” 하고 나왔다.
그 뒤 얘기가 하나 더 있다.
이직한 회사에서 3개월 뒤에 클라이언트 미팅을 갔다.
회의실에 들어갔더니 그 본부장이 앉아 있었다.
이제 그쪽 회사 부사장이었다.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내 이름을 보고 3초쯤 멈췄다.
그리고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라고 했다.
나는 웃으면서 “흔한 이름입니다”라고 했다.
그 프로젝트는 잘 끝났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팀장한테 연락을 못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