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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회의에서 한 말을 녹음해뒀다

익명 · 조회 19.8K · 5분 · 8월 27일 21:40

부장이 있다. 58세. 우리 팀 12명.

시작은 4월 주간회의였다.

내가 발표를 맡았고, 5분쯤 하다가 부장이 끊었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여자들은 왜 말을 이렇게 돌려서 해.”

회의실에 12명이 있었다.

아무도 아무 말도 안 했다.

나도 안 했다. “네, 결론은…” 하고 이어서 발표했다.

그날 저녁에 화장실에서 손이 떨렸다.

화가 나서가 아니라 내가 아무 말도 안 했다는 게 창피해서였다.

다음 날부터 녹음을 시작했다.

폰 녹음 앱을 켜고 주머니에 넣었다.

대화 당사자가 녹음하는 건 불법이 아니라는 걸 그날 밤에 검색해서 알았다.

4개월 모았다.

모으면서 알게 된 게 있다.

그 사람은 나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었다.

5월에는 계약직 사원한테 “너는 어차피 나갈 사람이니까”라고 했다.

6월에는 육아휴직 복직한 과장한테 “애 엄마는 야근 못 하니까 빼자”고 했다.

7월에는 신입한테 서류를 던졌다. 진짜 던졌다. 책상 위로 미끄러뜨린 게 아니라.

그리고 8월 초에 제일 심한 게 나왔다.

회식 2차에서 부장이 나한테 물었다.

“너 남자친구 있어? 없으면 왜 없어? 성격 때문 아니야?”

옆에 차장이 웃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대답했다.

“부장님, 그거 물어보시면 안 되는 거예요.”

부장이 술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요즘 애들은 농담도 못 하겠네.”

그 녹음이 47초다.

8월 셋째 주에 인사팀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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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파일 9개와 날짜, 참석자, 발언 내용을 정리한 문서 3장을 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서 양식은 사내 인트라넷에 있었다.

5년 동안 아무도 안 쓴 것 같은 위치에 있었다.

인사팀 반응은 예상보다 빨랐다.

1주일 뒤에 조사가 시작됐고, 팀원 전원 면담이 잡혔다.

여기서 제일 안 좋았던 게 나왔다.

12명 중에 8명이 “들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 회의실에 다 있었던 사람들이다.

3명은 “그런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했다.

1명만 있었다고 했다. 그 계약직 사원이었다.

이미 재계약이 안 돼서 나간 사람이었다.

녹음이 없었으면 나는 거짓말한 사람이 됐을 거다.

결과는 9월에 나왔다.

부장은 감봉 3개월과 다른 본부로 전보.

해고는 아니었다.

나는 지금도 같은 팀에 있다.

새 부장이 왔다. 조용한 사람이다.

달라진 게 하나 있다.

회의에서 누가 무례한 말을 하면 이제 사람들이 나를 본다.

그게 좋은 건지 아직 모르겠다.

나는 편한 사람이 아니라 무서운 사람이 됐다.

그래도 녹음은 계속한다.

그거 하나 켜두는 게 4개월 동안 나를 버티게 했다.

8명이 안 들었다고 한 건 아직 안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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