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회의에서 한 말을 녹음해뒀다
부장이 있다. 58세. 우리 팀 12명.
시작은 4월 주간회의였다.
내가 발표를 맡았고, 5분쯤 하다가 부장이 끊었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여자들은 왜 말을 이렇게 돌려서 해.”
회의실에 12명이 있었다.
아무도 아무 말도 안 했다.
나도 안 했다. “네, 결론은…” 하고 이어서 발표했다.
그날 저녁에 화장실에서 손이 떨렸다.
화가 나서가 아니라 내가 아무 말도 안 했다는 게 창피해서였다.
다음 날부터 녹음을 시작했다.
폰 녹음 앱을 켜고 주머니에 넣었다.
대화 당사자가 녹음하는 건 불법이 아니라는 걸 그날 밤에 검색해서 알았다.
4개월 모았다.
모으면서 알게 된 게 있다.
그 사람은 나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었다.
5월에는 계약직 사원한테 “너는 어차피 나갈 사람이니까”라고 했다.
6월에는 육아휴직 복직한 과장한테 “애 엄마는 야근 못 하니까 빼자”고 했다.
7월에는 신입한테 서류를 던졌다. 진짜 던졌다. 책상 위로 미끄러뜨린 게 아니라.
그리고 8월 초에 제일 심한 게 나왔다.
회식 2차에서 부장이 나한테 물었다.
“너 남자친구 있어? 없으면 왜 없어? 성격 때문 아니야?”
옆에 차장이 웃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대답했다.
“부장님, 그거 물어보시면 안 되는 거예요.”
부장이 술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요즘 애들은 농담도 못 하겠네.”
그 녹음이 47초다.
8월 셋째 주에 인사팀에 갔다.
녹음 파일 9개와 날짜, 참석자, 발언 내용을 정리한 문서 3장을 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서 양식은 사내 인트라넷에 있었다.
5년 동안 아무도 안 쓴 것 같은 위치에 있었다.
인사팀 반응은 예상보다 빨랐다.
1주일 뒤에 조사가 시작됐고, 팀원 전원 면담이 잡혔다.
여기서 제일 안 좋았던 게 나왔다.
12명 중에 8명이 “들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 회의실에 다 있었던 사람들이다.
3명은 “그런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했다.
1명만 있었다고 했다. 그 계약직 사원이었다.
이미 재계약이 안 돼서 나간 사람이었다.
녹음이 없었으면 나는 거짓말한 사람이 됐을 거다.
결과는 9월에 나왔다.
부장은 감봉 3개월과 다른 본부로 전보.
해고는 아니었다.
나는 지금도 같은 팀에 있다.
새 부장이 왔다. 조용한 사람이다.
달라진 게 하나 있다.
회의에서 누가 무례한 말을 하면 이제 사람들이 나를 본다.
그게 좋은 건지 아직 모르겠다.
나는 편한 사람이 아니라 무서운 사람이 됐다.
그래도 녹음은 계속한다.
그거 하나 켜두는 게 4개월 동안 나를 버티게 했다.
8명이 안 들었다고 한 건 아직 안 잊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