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는 내가 봐줄게, 복직해” 라던 시어머니의 조건
육아휴직 1년 쓰고 복직 예정이었다. 아이는 14개월.
제일 걱정이 어린이집이었다.
우리 동네는 대기가 40번대였다. 3월 복직인데 자리가 안 났다.
1월에 시어머니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애는 내가 봐줄게. 너 회사 그만두지 마.”
나는 진심으로 고마웠다.
그 자리에서 세 번 고맙다고 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커리어 끊기는 게 제일 아깝다”고 했다.
그 말이 좋았다. 이런 시어머니를 만난 게 운이라고 생각했다.
2월에 구체적으로 정했다.
평일 9시부터 7시. 우리 집으로 오시는 게 아니라 시댁으로 데려다주기.
시댁이 차로 25분이라 아침저녁으로 왕복 50분.
그건 내가 하겠다고 했다.
돈 얘기를 내가 먼저 꺼냈다.
월 150만 원 드리겠다고 했다. 시세보다 좀 높게 잡았다.
시어머니가 손을 저으면서 “돈 안 받는다”고 했다.
그래서 세 번 실랑이하고 100만 원으로 정했다.
여기까지는 정말 좋았다.
복직 2주 전, 2월 셋째 주 일요일이었다.
시댁에서 저녁 먹고 나오려는데 시어머니가 나를 붙잡았다.
“그런데 애기야, 하나만 얘기하자.”
둘째 얘기였다.
“내가 애 봐주는 동안 둘째 봐야지. 지금이 딱 좋아.”
나는 웃으면서 “생각해볼게요” 했다.
시어머니가 이어서 말했다.
“둘 다 내가 봐줄게. 어차피 하나 보는 거랑 둘 보는 거랑 똑같아.”
그리고 한 문장 더 했다.
“대신 둘째는 아들이었으면 좋겠는데.”
차에서 남편한테 말했다.
남편이 “그냥 하시는 말씀이야”라고 했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그 말이 매주 나왔다.
3월 첫째 주에는 병원 이름을 알아 오셨다.
3월 둘째 주에는 “올해 안에는 가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나는 그때 이 100만 원의 정체를 알았다.
돈이 아니었다. 이건 계약이었다.
육아를 대신 해주는 대가로 내 출산 계획을 시어머니가 갖는 계약.
그리고 나는 그 계약서에 서명한 적이 없다.
제일 힘든 건 그게 악의가 아니라는 거다.
시어머니는 진심으로 나를 돕고 있고, 진심으로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거절할 명분이 없다.
“애 봐주시는 건 감사한데 둘째 얘기는 하지 마세요”라고 하면
나는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 된다.
복직 5일 전에 회사에 육아휴직 6개월 연장을 신청했다.
무급이다. 통장이 6개월 뒤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남편은 이해 못 했다.
“어머니가 공짜로 봐주신다는데 왜 그래?”
나는 아직 설명을 못 했다.
설명하면 시어머니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시어머니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6개월 뒤에 어린이집 대기가 12번까지 왔다.
그것만 보고 버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