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H!
가족·시댁
가족·시댁

결혼 3년 만에 시어머니가 나한테 처음 존댓말을 썼다

익명 · 조회 13.7K · 4분 · 8월 27일 11:15

결혼 3년 차다.

시어머니는 나쁜 분이 아니다.

큰소리 낸 적 없고, 명절에 일 시킨 적도 없고,

내 생일에 매년 봉투를 주신다.

그런데 3년 동안 계속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말투였다.

나한테는 “~해라”, “~했니”, “애기야”.

시누이 남편한테는 “~하세요”, “~하셨어요?”, “서방님”.

시누이 남편은 나보다 두 살 어리다.

결혼은 우리가 1년 먼저 했다.

처음엔 딸 사위라서 그런가 했다.

그런데 3년째 되니까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결정적인 게 작년 추석이었다.

부엌에서 나랑 시어머니 둘이 있었다.

시어머니가 전을 뒤집으면서 말했다.

“너는 며느리니까 내 식구고, 그쪽은 사돈이잖아.”

그게 나쁜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애정 표현이었다.

내 식구니까 편하게 대하는 거고, 사돈은 예의를 갖추는 거다.

나는 그날 그 말로 위로가 됐다.

1년 동안 그 말을 붙잡고 있었다.

올해 5월에 일이 있었다.

우리 부부가 대출 문제로 좀 힘들어졌다.

남편 회사가 임금을 3개월 밀렸다. 중소기업이었다.

그 얘기가 시댁에 들어갔다.

6월에 시댁에 갔다.

밥 먹고 과일 먹는데 시어머니가 나한테 말했다.

“친정에서 좀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존댓말이었다.

3년 만에 처음이었다.

광고 영역

나는 숟가락을 놓고 시어머니를 봤다.

시어머니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본인은 존댓말을 쓴 것도 몰랐을 거다.

그날 집에 와서 계속 그 문장을 생각했다.

그리고 알았다.

존댓말은 예의가 아니었다.

거리였다.

돈 얘기를 할 때 나는 갑자기 “내 식구”가 아니고

“친정이 있는 사람”이 됐다.

3년 동안 “애기야”였던 사람이,

돈 부탁을 할 순간에는 남이 되어야 했다.

남이 아니면 부탁할 수 없으니까.

친정에는 말 안 했다. 도와줄 형편도 아니었다.

남편 회사는 8월에 임금을 밀린 만큼 다 줬다. 해결됐다.

그 뒤로 시어머니는 다시 “애기야”라고 부른다.

여전히 좋은 분이다. 지난달에 김치도 보내주셨다.

나도 그대로 지낸다. 웃고, 전화 드리고, 명절에 간다.

달라진 건 하나다.

나는 이제 “내 식구”라는 말을 안 믿는다.

그 말은 평소에만 유효하다.

중요한 순간에는 존댓말이 나온다.

3년 동안 궁금했던 걸 그 한 문장으로 알았으니

그건 좀 고맙기도 하다.

광고 영역

비슷한 썰

다음 썰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나한테 아주머니가 한 말

다음 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