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 만에 시어머니가 나한테 처음 존댓말을 썼다
결혼 3년 차다.
시어머니는 나쁜 분이 아니다.
큰소리 낸 적 없고, 명절에 일 시킨 적도 없고,
내 생일에 매년 봉투를 주신다.
그런데 3년 동안 계속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말투였다.
나한테는 “~해라”, “~했니”, “애기야”.
시누이 남편한테는 “~하세요”, “~하셨어요?”, “서방님”.
시누이 남편은 나보다 두 살 어리다.
결혼은 우리가 1년 먼저 했다.
처음엔 딸 사위라서 그런가 했다.
그런데 3년째 되니까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결정적인 게 작년 추석이었다.
부엌에서 나랑 시어머니 둘이 있었다.
시어머니가 전을 뒤집으면서 말했다.
“너는 며느리니까 내 식구고, 그쪽은 사돈이잖아.”
그게 나쁜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애정 표현이었다.
내 식구니까 편하게 대하는 거고, 사돈은 예의를 갖추는 거다.
나는 그날 그 말로 위로가 됐다.
1년 동안 그 말을 붙잡고 있었다.
올해 5월에 일이 있었다.
우리 부부가 대출 문제로 좀 힘들어졌다.
남편 회사가 임금을 3개월 밀렸다. 중소기업이었다.
그 얘기가 시댁에 들어갔다.
6월에 시댁에 갔다.
밥 먹고 과일 먹는데 시어머니가 나한테 말했다.
“친정에서 좀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존댓말이었다.
3년 만에 처음이었다.
나는 숟가락을 놓고 시어머니를 봤다.
시어머니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본인은 존댓말을 쓴 것도 몰랐을 거다.
그날 집에 와서 계속 그 문장을 생각했다.
그리고 알았다.
존댓말은 예의가 아니었다.
거리였다.
돈 얘기를 할 때 나는 갑자기 “내 식구”가 아니고
“친정이 있는 사람”이 됐다.
3년 동안 “애기야”였던 사람이,
돈 부탁을 할 순간에는 남이 되어야 했다.
남이 아니면 부탁할 수 없으니까.
친정에는 말 안 했다. 도와줄 형편도 아니었다.
남편 회사는 8월에 임금을 밀린 만큼 다 줬다. 해결됐다.
그 뒤로 시어머니는 다시 “애기야”라고 부른다.
여전히 좋은 분이다. 지난달에 김치도 보내주셨다.
나도 그대로 지낸다. 웃고, 전화 드리고, 명절에 간다.
달라진 건 하나다.
나는 이제 “내 식구”라는 말을 안 믿는다.
그 말은 평소에만 유효하다.
중요한 순간에는 존댓말이 나온다.
3년 동안 궁금했던 걸 그 한 문장으로 알았으니
그건 좀 고맙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