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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나한테 아주머니가 한 말

익명 · 조회 24.1K · 4분 · 8월 28일 00:10

임신 22주다. 배가 아직 별로 안 나왔다.

옷 입으면 살 좀 찐 사람 정도로 보인다.

회사가 왕복 2시간이다. 9호선. 출근 시간대는 앉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매일 40분 일찍 나온다. 그러면 배려석이 비어 있을 확률이 있다.

가방에 임산부 배지를 달았다. 지하철역에서 받은 분홍색.

가방 앞쪽, 눈에 보이는 데 달았다.

8월 화요일 아침이었다.

배려석에 앉아서 눈을 감고 있었다. 입덧이 늦게까지 와서 힘들었다.

여의도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요즘 젊은 애들은 저기가 자기 자린 줄 알아.”

눈을 떴다. 60대쯤 되는 분이 내 앞에 서 있었다.

나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나는 가방을 들어서 배지를 보여줬다.

말은 안 했다. 목소리가 떨릴 것 같아서.

그분이 배지를 봤다.

그리고 말했다.

“그거 아무나 다 받아 가는 거잖아.”

옆에 앉은 사람이 폰을 봤다. 건너편 사람도 폰을 봤다.

그 칸에 사람이 30명은 있었다.

나는 일어났다.

“앉으세요.”

그분이 앉았다. 고맙다는 말은 없었다.

노량진까지 15분 서서 갔다.

울지는 않았다. 회사 화장실에서 좀 울었다.

그날 저녁에 남편한테 말했다.

남편이 화를 냈다. 나한테가 아니라 그 상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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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어났어. 그냥 앉아 있으면 되잖아.”

나는 그 말에 또 상처받았다.

일어난 이유를 설명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

그 상황에서 앉아 있으려면 계속 싸워야 한다.

배지를 보여주고, 산모수첩을 꺼내고,

“저 임신 22주예요”라고 30명 앞에서 말해야 한다.

그러고도 안 믿으면 더 말해야 한다.

임신하고 제일 많이 하는 게 증명이다.

회사에서도 증명한다.

야근 못 한다고 하면 진단서를 낸다.

지하철에서도 증명해야 한다.

배가 안 나왔으면 배지로, 배지를 안 믿으면 수첩으로.

그날 내가 일어난 건 양보가 아니었다.

증명을 포기한 거였다.

지금 28주다. 배가 나왔다.

요즘은 배지 안 보여줘도 사람들이 비켜준다.

편해졌는데 기분이 안 좋다.

그러니까 22주까지 나는 임산부가 아니었던 거다.

보이지 않으면 아닌 거였다.

배지 달고 계신 분들 보이면 그냥 믿어주시면 좋겠다.

아무나 받아 가는 거 맞다.

근데 아무나 달고 다니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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