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진짜 이유를 3개월 뒤에 알았다
2년 4개월 만났다.
5월에 헤어졌다. 그 사람이 먼저 말했다.
이유가 한 문장이었다.
“네가 변했어.”
더 물었다. 뭐가 변했냐고.
그 사람이 “설명하기 어려워”라고 했다.
그게 마지막 대화였다.
나는 그 문장을 3개월 들고 있었다.
제일 힘든 이별은 이유를 모르는 이별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잘못을 알면 반성할 수 있는데,
모르면 나를 처음부터 다 뒤져야 한다.
정말 다 뒤졌다.
카톡을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2년 4개월 분량.
3주 걸렸다.
찾은 게 있었다.
1년 차까지 내가 먼저 보낸 카톡이 전체의 52%였다.
2년 차부터 71%가 됐다.
답장 시간도 셌다.
1년 차에 그 사람 평균 답장이 8분이었다.
마지막 3개월은 4시간이었다.
그러니까 변한 건 그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걸 메우려고 더 보냈던 거다.
내가 변한 건 맞았다.
매달리는 사람이 됐다.
근데 그건 결과였고 원인이 아니었다.
여기서 끝났으면 그냥 씁쓸한 얘기다.
8월에 친구 생일 모임에서 그 사람 친구를 만났다.
우리 둘 다 아는 사람이었다.
술이 좀 들어가고 그 친구가 나한테 말했다.
“너 아직 몰라?”
그 사람은 작년 11월에 회사에서 사람을 만났다.
사귄 건 올해 3월부터고,
나랑 헤어진 게 5월이다.
2개월 겹쳤다.
그리고 그 친구가 한 문장 더 말했다.
“걔가 너한테 미안해서 이유를 못 말한 거야.”
나는 그 말이 제일 화가 났다.
미안해서 말 안 한 게 아니다.
말하면 자기가 나쁜 사람이 되니까 안 한 거다.
“네가 변했어”라고 하면 나쁜 사람은 내가 된다.
그 사람은 이별 이유를 나한테 떠넘겼고,
나는 그걸 3개월 동안 성실하게 짊어졌다.
카톡을 3주 동안 다시 읽으면서.
연락은 안 했다.
따지고 싶은 마음이 3일쯤 있었는데 안 했다.
따지면 “그래서 뭐” 소리를 들을 것 같았고,
그 말까지 들으면 진짜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대신 카톡 데이터를 지웠다.
3주 걸려서 읽은 걸 3초에 지웠다.
이별 이유를 모를 때 자기 탓부터 하는 사람이 있다.
나 같은 사람.
그런 사람한테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상대가 이유를 안 말하는 건 설명하기 어려운 게 아니라
설명하면 안 되는 이유일 확률이 높다.
3개월 아끼시라고 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