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고 3년 뒤 보낸사람 없는 택배가 왔다
3년 2개월 만이었다.
5월 화요일 저녁에 문 앞에 택배가 있었다.
신발 상자 정도 크기였고, 송장에 보낸 사람 이름이 없었다.
칸은 있었는데 비어 있었다. 연락처도 없었다.
발신지만 적혀 있었다.
열었다.
제일 위에 스웨터가 있었다. 회색.
내가 3년 전 겨울에 사준 거였다.
세탁해서 개어져 있었다.
그 아래에 목걸이 케이스, 책 두 권, 텀블러.
다 내가 준 거였다.
그리고 내가 준 적 없는 것들이 있었다.
영화표 두 장. 2022년 11월.
우리가 첫 영화 본 날이었다. 나는 그날 뭘 봤는지 기억도 안 났다.
식당 영수증 세 장.
하나는 우리가 처음 밥 먹은 집.
그리고 손바닥만 한 메모 여러 장.
내 글씨였다.
포스트잇에 “먼저 자” “냉장고에 국 있음” 같은 거.
그런 걸 나는 3년 동안 한 장도 안 갖고 있었다.
맨 아래에 A4를 반으로 접은 게 있었다.
펼치니까 세 문장이 있었다.
“정리하다 보니까 이게 다 네 게 아니라 내 거였어.”
“그래도 나 혼자 갖고 있는 게 이상해서 보낸다.”
“잘 지내.”
그게 다였다.
이름도 안 썼다. 연락처도 없었다.
나는 그 종이를 한참 봤다.
제일 오래 본 건 첫 문장이었다.
내가 준 물건은 원래 그 사람 거다.
그러니까 첫 문장은 물건 얘기가 아니었다.
영화표, 영수증, 포스트잇 얘기였다.
그건 내가 준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모은 거였다.
3년 동안.
그러다 송장을 다시 봤다.
발신지가 우리 동네 우체국이었다.
여기서 3년 살았다.
그 사람은 3년 전에 다른 동네에 살았다.
나는 그날 밤에 답장을 쓰려고 했다.
보낼 곳이 없어서 못 썼다.
번호는 3년 전에 지웠다.
SNS도 다 끊었다.
다음 날 우체국에 갔다.
송장 번호로 발신인을 알 수 있냐고 물었다.
개인정보라서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나왔다.
상자는 아직 갖고 있다.
스웨터는 입는다. 잘 맞는다.
메모는 다시 그 상자에 넣었다.
이번엔 내가 3년 갖고 있게 될 것 같다.
그 사람이 왜 우리 동네에서 보냈는지는 안 궁금해하기로 했다.
궁금해하기 시작하면 찾아보게 될 것 같아서.
세 번째 문장이 “잘 지내”였다.
그건 “찾지 마”라는 뜻이라고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