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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이별

헤어지고 3년 뒤 보낸사람 없는 택배가 왔다

익명 · 조회 2.7K · 4분 · 8월 21일 09:00

3년 2개월 만이었다.

5월 화요일 저녁에 문 앞에 택배가 있었다.

신발 상자 정도 크기였고, 송장에 보낸 사람 이름이 없었다.

칸은 있었는데 비어 있었다. 연락처도 없었다.

발신지만 적혀 있었다.

열었다.

제일 위에 스웨터가 있었다. 회색.

내가 3년 전 겨울에 사준 거였다.

세탁해서 개어져 있었다.

그 아래에 목걸이 케이스, 책 두 권, 텀블러.

다 내가 준 거였다.

그리고 내가 준 적 없는 것들이 있었다.

영화표 두 장. 2022년 11월.

우리가 첫 영화 본 날이었다. 나는 그날 뭘 봤는지 기억도 안 났다.

식당 영수증 세 장.

하나는 우리가 처음 밥 먹은 집.

그리고 손바닥만 한 메모 여러 장.

내 글씨였다.

포스트잇에 “먼저 자” “냉장고에 국 있음” 같은 거.

그런 걸 나는 3년 동안 한 장도 안 갖고 있었다.

맨 아래에 A4를 반으로 접은 게 있었다.

펼치니까 세 문장이 있었다.

“정리하다 보니까 이게 다 네 게 아니라 내 거였어.”

“그래도 나 혼자 갖고 있는 게 이상해서 보낸다.”

“잘 지내.”

그게 다였다.

이름도 안 썼다. 연락처도 없었다.

나는 그 종이를 한참 봤다.

제일 오래 본 건 첫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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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준 물건은 원래 그 사람 거다.

그러니까 첫 문장은 물건 얘기가 아니었다.

영화표, 영수증, 포스트잇 얘기였다.

그건 내가 준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모은 거였다.

3년 동안.

그러다 송장을 다시 봤다.

발신지가 우리 동네 우체국이었다.

여기서 3년 살았다.

그 사람은 3년 전에 다른 동네에 살았다.

나는 그날 밤에 답장을 쓰려고 했다.

보낼 곳이 없어서 못 썼다.

번호는 3년 전에 지웠다.

SNS도 다 끊었다.

다음 날 우체국에 갔다.

송장 번호로 발신인을 알 수 있냐고 물었다.

개인정보라서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나왔다.

상자는 아직 갖고 있다.

스웨터는 입는다. 잘 맞는다.

메모는 다시 그 상자에 넣었다.

이번엔 내가 3년 갖고 있게 될 것 같다.

그 사람이 왜 우리 동네에서 보냈는지는 안 궁금해하기로 했다.

궁금해하기 시작하면 찾아보게 될 것 같아서.

세 번째 문장이 “잘 지내”였다.

그건 “찾지 마”라는 뜻이라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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