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결혼식에서 전여친 남편을 소개받았는데 아는 사람이었다
대학 동기 결혼식이었다. 5월 마지막 주 토요일, 강남 예식장.
축의금 내고 접수대에서 이름 쓰다가 옆에서 향수 냄새가 났다.
고개를 돌렸는데 전여친이었다.
3년 만이었다.
우리는 신부 쪽 친구로도 신랑 쪽 친구로도 연결이 되는 사이라서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은 했었다.
근데 접수대에서 어깨가 닿을 거리는 예상 밖이었다.
“어, 오랜만이야” 하고 나는 웃었다. 잘 웃었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옆에 있는 남자 팔을 잡으면서 말했다.
“내 남편이야.”
그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얼굴을 3초 정도 봤다.
그리고 손을 잡았다.
아는 사람이었다.
3년 전, 내가 이직하기 전 회사에서 같은 층에 있던 사람이다.
다른 팀이었는데 흡연장에서 자주 만났고, 술도 두세 번 먹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한테 전여친 얘기를 다 했다.
헤어지기 직전이었으니까 좋은 얘기가 아니었다.
그 사람이 얼마나 계산적인지, 내 월급을 어떻게 물어봤는지,
우리가 왜 안 되는지를 소주 두 병 마시고 두 시간 동안 말했다.
그때 그 사람은 “형 진짜 고생했네요” 라고 했다.
그 남자가 내 손을 잡고 웃으면서 말했다.
“오랜만이네요, 형.”
그 “형”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전여친은 우리가 아는 사이인 걸 모르는 것 같았다. 표정이 그랬다.
나는 “결혼 축하합니다” 하고 손을 놨다.
그리고 식장에 들어가서 앉았다가, 신부 입장 전에 나왔다.
밥도 안 먹고 나왔다.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계속 같은 생각을 했다.
그 사람은 언제부터 알고 있었을까.
만나기 전부터였을까, 만나면서 알았을까.
그리고 내가 흡연장에서 했던 말들을 그 사람은 어떻게 썼을까.
아직도 그게 제일 궁금하고, 제일 안 궁금하고 싶다.
그날 이후로 회사 사람한테 내 연애 얘기 안 한다.
3년 전 그 두 시간이 내가 한 일 중에 제일 부끄럽다.
그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그 얘기를 한 내가 부끄러운 거다.
